크리스토퍼 히친스는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현대 무신론의 부흥을 이끈 사람입니다. 그는 몇년 전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 인터뷰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아직도 믿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직 내 마음을 바꿀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서프라이즈를 좋아합니다”
히친스는 신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더 많은 증거가 아니라 신에 대한 관심이요 감각이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갈망이 있고 또한 그러한 관심을 갖고 찾으면 그분은 2천 년 전에 그렇게 하셨듯 오늘도 보이는 모습으로, 들리는 음성으로, 만져지는 모습으로 ‘성육’하십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 과학자로서 탁월한 연구 실적을 내신 영성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꾸준히 교회에 나오면서도 자신의 과학적 사고로 인해 믿음에서는 진보하지를 못했습니다. 더 가까이 가고 싶지만 더 가지지 않아서 늘 고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떠나 버리기에는 무언가가 그분을 붙들었습니다. 은퇴가 가까울 무렵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데, 부엌 창문을 통해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쬐었습니다. 그분은 그순간 그 햇살에 매료되었습니다. 잠시 그 따사롭게 부드러운 해살을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핑돌고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이성과 논리로 철저히 훈련되어 감정이 다 증발해 버린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동시에 마음에 깨우침이 왔습니다. “아, 주님께서 이렇게 가까이에 나와 늘 함께 계셨는데, 내가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구나!” 그 교우는 부엌 창문을 통해 내린 햇볕을 통해 하나님을 본 것입니다.